며칠 전, 봄바람이 부는 날 전주 한옥마을에 다녀왔어요. SNS에서 흔히 보던 그 풍경 그대로, 아니 어쩌면 사진보다 더 예쁜 풍경이 제 눈 앞에 펼쳐지더라고요.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천천히 숨 쉬게 되는 그 거리, 나무 냄새와 음식 냄새가 섞여 코끝을 간지럽히고요. 오늘은 제가 다녀온 전주 한옥마을 이야기,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맛있는 음식들과 아늑한 공간들을 소개해볼게요.
비빔밥, 그냥 먹는 게 아니더라고요
전주에 오면 무조건 먹어야 한다는 비빔밥. 솔직히 “비빔밥이 거기서 거기지”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근데요, 전주에서 먹는 비빔밥은 정말 달랐어요. 그날 제가 선택한 곳은 가족회관 비빔밥. 워낙 유명하긴 한데, 기대 이상이었어요. 나물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맛이랄까요. 고기부터 계란지단, 고추장까지 모든 재료가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었어요.
비빔밥 위에 고명을 얹고 조심스럽게 비벼 첫 숟갈을 떴는데, 이건 뭐... 입 안에서 봄이 피는 맛이더라고요. 특히 함께 나오는 반찬들도 정갈하고 맛있어서, “진짜 정성껏 만든 한 끼”라는 말이 절로 나왔어요. 가격도 부담 없고, 현지 어르신들도 많이 계셔서 ‘아, 여긴 진짜다’ 싶은 느낌이 딱 들더라고요.
혹시 줄이 길어 걱정되신다면 성미당도 추천드려요. 분위기는 조금 더 캐주얼하고, 육회비빔밥이 별미예요. 약간 퓨전 스타일도 있어서 젊은 분들 취향에 더 잘 맞을지도 몰라요.
골목 안 찻집에서 보낸, 조용하고 따뜻한 시간
배도 부르고, 한옥마을 거리를 천천히 걷다 보니 조용한 찻집이 눈에 들어왔어요. 간판에는 ‘학인당’이라는 이름. 입구부터 한옥의 단아함이 느껴졌고, 문을 열자 은은한 나무 향과 한지 인테리어가 어우러진 따뜻한 공간이 반겨줬어요. 이곳은 무려 100년 된 한옥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어서인지, 앉아 있기만 해도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저는 쌍화차를 시켰고, 함께 나온 유과와 약과도 너무 예뻤어요. 차 맛도 좋았지만, 그보다 더 좋았던 건 조용한 분위기와 창 밖으로 보이는 작은 정원이었어요. 다른 테이블엔 혼자 오신 분들도 계셨고, 외국인 관광객들도 한복을 입고 다도 체험을 하시더라고요. 이런 분위기 속에 있으니 자연스럽게 마음이 정리되는 기분이었어요.
그리고 또 하나, 궁중다례원이라는 찻집도 추천해요. 여긴 다도 체험도 가능하고, 사전 예약을 하면 전통 의상 체험도 가능하답니다. 뭔가 조금 특별한 전통 문화를 체험하고 싶다면 딱이에요.
걷는 재미가 있는 도시, 전주의 골목들
전주는 정말 ‘걸어야’ 제맛이에요. 한옥마을을 지나 오목대로 가는 길은 살짝 오르막이지만, 올라가면 탁 트인 풍경과 함께 전주 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와요. 그날따라 하늘이 너무 예뻐서,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골목골목에 숨어 있는 소품 가게, 캘리그라피 체험장, 벽화들이 마치 작은 박물관 같았어요. 발길이 닿는 곳마다 이야기거리가 생기고, 괜히 셀카도 더 많이 찍게 되는 그런 거리예요.
한복을 입은 커플들, 수공예 체험 공간, 갑자기 시작된 버스킹 공연… 이런 것들이 전주의 매력이구나 싶었어요. 거리 음식들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저는 그날 수제 초코파이랑 인절미 아이스크림, 그리고 한옥마을 핫도그를 먹었어요. SNS 감성에 빠진 분들이라면 분명 좋아할 맛과 비주얼이에요!
그래서, 전주 한옥마을은 또 가고 싶을까?
음... 저는 솔직히 다시 갈 거예요. 이번엔 혼자였는데, 다음엔 친구나 가족과 함께 가보고 싶어요. 비빔밥 한 그릇에 진심이 담겨 있고, 찻집에서의 조용한 시간도 특별했고, 무엇보다 걸을수록 정이 붙는 도시였거든요.
여행이라는 게 꼭 멀리 가지 않아도 충분히 힐링이 될 수 있다는 걸 전주에서 다시 느꼈어요. 만약 요즘 마음이 복잡하거나, 그냥 어딘가 떠나고 싶다면 전주 어떠세요? 걷고, 먹고, 쉬다 보면 어느새 마음 한 켠이 따뜻해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