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고 분주한 일상 속에서 가끔은 조용한 도시에서의 하루가 간절해질 때가 있어요. 멀리 떠나지 않아도, 하루쯤 여유롭게 걸으며 마음을 비우고 싶다면 저는 청주를 추천하고 싶어요. 이 글에서는 제가 직접 다녀온 청주의 대표 명소 직지사, 감성 가득한 카페거리, 그리고 담백한 한 끼를 책임졌던 막국수 맛집까지, 소도시 여행의 정수를 소개할게요.
활자보다 오래된 세계기록유산, 직지사에서의 고요한 시간
청주에서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직지사였어요. 정식 명칭은 ‘청주 흥덕사지 직지관’인데,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가 발견된 장소로 유명하죠. 관광객이 북적이는 대도시 사찰과 달리, 이곳은 정말 조용하고 단정했어요. 들어서는 순간부터 붉은 기와지붕과 오래된 나무들이 어우러져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느낌이 들었어요.
경내는 아담하면서도 정갈했고, 사찰 특유의 냄새와 풍경이 그대로 남아 있었어요. 저는 평일 오전에 방문했는데, 방문객이 거의 없어 사색하기 딱 좋았답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경내 구석구석에 놓인 직지 관련 해설판과 작은 전시 공간이었어요. 책 한 권의 힘이 이렇게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것에 경외심이 들었고, 디지털 시대를 사는 우리가 돌아봐야 할 가치를 다시금 느꼈어요.
사찰 주변으로는 조용한 산책로도 있어, 걷기 좋아하시는 분들께도 추천드려요. 봄에는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고, 가을이면 단풍이 기가 막히게 물들어요. 사진 찍기에도 정말 좋은 장소예요.
카페거리에서 마신 커피 한 잔의 위로
직지사에서 나와 택시로 10분쯤 이동하면 청주 예술의 거리 인근에 감성 넘치는 카페거리가 있어요. 이곳은 청주에서 가장 핫한 스폿 중 하나로, 한옥을 개조한 감성 카페, 디저트 전문점, 소품 가게들이 골목을 따라 이어져 있답니다.
제가 들어간 곳은 이름부터 따뜻했던 ‘느린커피’. 커피 향과 나무 가구가 어우러진 실내는 들어서자마자 힐링 그 자체였어요. 창밖으로는 작은 정원과 골목길이 보이고, BGM으로는 클래식 기타 선율이 흐르는데, 마음이 절로 차분해지더라고요.
이곳에서는 수제 케이크와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사용하는 게 특징이라, 커피맛이 아주 깊고 고소했어요. 케이크도 달지 않고 촉촉해서 커피랑 정말 잘 어울렸고요. 인근 카페들 대부분이 SNS 인증샷 명소로도 유명해서, 사진 찍기 좋아하시는 분들께도 딱이에요. 청주가 이렇게 ‘카페 감성’이 풍부한 도시인 줄은 정말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허기진 감성에 꽉 찬 막국수 한 그릇
여행의 마무리는 언제나 음식이죠. 오후가 지나고 허기가 지던 참에, 현지인에게 추천받아 찾은 막국수집 ‘홍천옥’. 이름만 보고 강원도 음식인가? 했는데, 이 집 막국수가 청주 토박이들에게 인기 많다고 하더라고요.
가게는 오래된 느낌의 소박한 외관이었지만, 실내는 깔끔했고, 주문과 동시에 바로 면을 뽑아내는 방식이 인상적이었어요. 메뉴는 단출했지만, 그만큼 자신 있다는 뜻이겠죠. 저는 기본 막국수에 수육을 곁들였는데요, 면발은 거칠지 않고 쫄깃했고, 양념은 과하지 않으면서도 감칠맛이 돌았어요.
함께 나온 수육은 기름기 적고 담백해서 막국수와 정말 잘 어울렸고, 동치미 국물은 개운해서 입가심하기에도 좋았어요. 과하지 않고 정직한 맛, 꾸밈없는 한 그릇. 그런 게 바로 소도시에서만 만날 수 있는 한 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격도 부담 없고, 인근 주차도 쉬워서 가볍게 한 끼 즐기기에 딱 좋은 식당이에요.
소소하지만 분명한 여운이 남는 청주 여행
이번 청주 여행은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조용히 마음을 다독이는 힘이 있는 여정이었어요. 직지사에서의 고요한 산책, 카페거리에서의 따뜻한 커피 한 잔, 그리고 정직한 맛의 막국수까지. 서울에서 차로 1시간 반이면 닿는 이 소도시는, 분명히 다시 떠오를 기억을 하나쯤 남겨줄 만한 곳이에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복잡한 생각을 비우고 싶을 때,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면 청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하루가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